서양인들이 용을 싫어하는 이유-박승규 교수 용 시리즈(3)

칼럼 > 2024-01-21 23:12:00

 

▲ 세종파라미 박승규 논설위원      

  대전대학교 디지털신기술융합학부 교수


서양에서는 용을 싫어한다. 서양의 드라곤(Dragon)은 파괴적이고 부정적 이미지다. 생김새도 차이가 난다. 동양의 용은 사슴뿔이랑 사자 갈기랑 수염 달린 뱀에 가깝다. 서양 용은 흔히 박쥐 날개 달린 커다란 도마뱀 같은 모습이 부각된다.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볼 수 있듯 입에서는 불도 나온다. 동양에서 용은 자연을 지배하는 힘으로 인식한 반면, 서양에서 용은 숭배가 아닌 퇴치 대상이다. 용을 물리쳐야 성을 되찾고, 붙잡힌 공주를 차지할 수 있다. 영웅이 이겨내야 할 대상이며, 악마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용은 성경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사탄이다. 7개의 머리와 10개의 뿔이 달린 레드 드라곤으로 머리에 7개의 왕관을 쓰고 있다. 일곱 머리는 기독교에서 저질러선 안 되는 7대 죄악(교만, 질투, 분노, 탐욕, 식탐, 나태, 색욕), 10개의 뿔은 평소에 저지르기 쉬운 작은 죄를 뜻한다. 


이 드라곤은 인간에게 죄를 저지르게 하고 타락시키는 사악한 존재다. 때문에 7대 죄악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실로 만 악의 근원. 인간에게 죄를 저지르게 한다는 점과 사탄의 현신이라는 점에서 창세기에 나타나 선악과를 인간에게 먹인 뱀과 동일시된다. 

 


▲ 7개머리를가진용을 퇴치하는 요한묵시록 그림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한자문화권에서 용은 입신출세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은 용꿈을 꾸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다. 대문에서부터 아이들 공부방에 용 그림을 붙여 놓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지명을 보면, 십이지 동물 가운데 ‘용’이 들어간 곳이 가장 많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전국 1261곳에 달한다. 호랑이 관련 지명 389곳의 약 3배, 토끼 관련 지명 158곳의 약 8배다. 용이 들어간 지명 중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용산’으로 전국 70곳에서 쓰고 있다. 세종시 정부 청사 건물은 용틀임 모양으로 배치했다.


중국 황하 상류 협곡에 매우 물살이 센 여울이 있었다. 웬만한 물고기는 여기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뛰어오르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이 된다는 전설이 전한다.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용문에 오른다는 ‘등용문’은 성공의 관문을 이르는 말이 됐다. ‘용봉탕(龍鳳湯)’은 보양을 위해 잉어와 닭을 이용해 끓여낸 요리. 잉어를 용에 비유한 것은 등용문의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지역별로 잉어 대신 자라나 메기를 넣거나 함께 넣어 요리하기도 한다.


용은 ‘있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기 위한 환경은 잡다한 먹잇감이 풍부한 탁한 물이 아니다. 거센 여울이거나 태풍이 몰아치는 심해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서 가장 높이 날듯이. 그러나 대권 또는 금배지를 다는  헛된 꿈을 꾸며 참칭하는 몇몇 ‘잠룡’보다 온 힘을 다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많은 공동체가 발전하는 법. 


이제 다시 개천에서도 용이 나와야 한다. 갑과 을, <설국열차>속의 꼬리 칸이 고착화돼선 안 된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지금 발끝을 딛고 날아오르며 용틀임할 수 있는 계절이 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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