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리즈(1) 단군 신화속 곰과 호랑이

칼럼 > 2022-03-26 09:59:25

그리스 신화에는 열광하면서, 자기네 신화는 모른다. 200년 미국 역사는 잘 알아도 반만년 한민족 역사는 제대로 모르는 실정이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1년(1392년) 8월 11일 기록에서는 “조선의 단군은 동방에서 처음으로 천명을 받은 임금”으로 “평양부(平壤府)로 하여금 때에 따라 제사를 드리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강화도에는 단군에 관한 유적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단군왕검은 진짜 곰의 아들인가? 한국 역사 중 가장 왜곡된 게 단군신화다. 단군신화는 고려 중기 일연 스님에 의해 불교적 관점에서 윤색됐다. ‘동물에서 사람이 된다’는 환생을 강조한 것.  


아직도 ‘단군’을 이야기하면 호랑이와 곰을 떠올리고 ‘신화’라고 한다. 단군은 조선 고종 때까지 국조였다가, 일제 강점기부터 신화로 돌변했다. 일제는 단군을 역사가 아닌 신화로 끌어내려 말살하려 했다. <삼국유사> 고조선 조의 웅녀(熊女)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일제와 식민사가들은 단군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신화적 관점으로 해석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정설로 통용됐다. ‘일웅일호(一熊一虎)’는 실제 곰과 호랑이를 가리킨 것이 아니다.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이 있었다는 의미다. 


‘동혈이거(同穴而居)’는 곰과 호랑이가 같은 동굴에서 살았다는 것이 아니다. 곰을 숭배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두 부족이 같은 지역에서 살았던 사실을 말한다.(時有一熊一虎 同穴而居 常祈于神雄 願化爲人). 


마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이란. 마늘의 한반도 유입 시기 또한 고려 말기다. 단군 신화 속의 곰이 먹은 것은 쑥과 마늘이 아니라, 쑥(艾)과 신맛이 나는 무릇이나 달래(蒜)라는 해석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대산(大蒜)은 마늘을 뜻하며, 소산(小蒜) 또는 야산(野蒜)은 달래를 뜻한다. 



단군왕검은 이주민인 환웅 집단과 ‘곰을 숭상하는 부족’이 결합한 결과물로 비정된다. ‘단군’은 제사와 관련된 지도자, ‘왕검’은 통치자로서 제정일치 사회라고 보는 해석이 신주류다. 


설령 단군을 신화 속의 인물이라 치부하더라도, 엄연히 실존했던 고조선의 역사적 실체는 부정할 수 없다. 로마 시조로 알려진 로물루스 형제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로마 건국신화 속의 인물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의 실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글 박승규 논설위원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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