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리즈(9) ‘원샷 원킬’ 수양대군, 로빈후드 뺨치다..

칼럼 > 2022-08-08 00:44:59

“수양은 문학과 활쏘기와 말타기가 고금에 뛰어났으며, 역학·수학·음악·의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재주가 넘쳤다” <세조실록> 총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수양은 세조의 왕자 시절 이름이다. 


세조실록은 수양대군을 찬양하려고 만든 거 같다. 역대 실록 중에서 유난히 왕에 대한 예찬론 일색이다. 세조는 일찍이 어릴 적 피리에도 재능이 있었나보다. 그가 피리를 불자 모든 친척들이 감탄하고, 학이 날아와 뜰 가운데에서 춤을 췄을 정도였다.


다재다능하고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수양대군은 일찍부터 신동 아니 ‘신궁’(神弓)이 될 떡잎을 보였다. “수양은 항상 활과 화살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또 매 날리는 것을 좋아해, 한 마리의 매만 얻어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역시 수양에게 책은 아닌 것 같다.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은 책이 아니라 ‘활과 매’라고 먼저 썼으니...


■ 수양대군을 사실감 있게 그린 영화 <관상>

수양이 사냥에 능했다는 것은 영화 <관상>에서도 비교적 사실감있게 표현했다. 천재 관상가(송강호 분)을 만나는 수양(이정재 분)의 등장 장면부터 역대 급이다. 수양은 사냥한 멧돼지를 메고 나타난다. 수양의 얼굴에는 이른바 칼자국 상처 ‘칼빵’까지 먹였다. 한양 바닥에 소문난 관상쟁이 ‘내경’은 김종서(백윤식 분)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영화 <관상> 수양대군(이정재 역) 

 

그러다가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영화 <관상>에서 다룬 관상가의 존재는 영화적 ‘팩션’.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와 허구를 뜻하는 ‘픽션(fiction)’이 결합한 말이다. 


훗날 세조가 된 수양대군은 할아버지 태종과 닮은 듯 다르다. 두 사람 다 권력의 화신이자, 냉혹한 ‘킬러’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태종이 조선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라는 명분과 결과를 도출해 낸 반면, 세조는 몇몇 패거리들끼리 ‘나눠 먹기’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영화 <관상> 수양대군(이정재 역)



글 박승규 논설위원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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