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리즈(8)-조선 세조 연간 비운의 무장 이징옥과 남이 장군에 얽힌 호랑이..

칼럼 > 2022-07-25 01:51:23

우리 역사 속에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수 설화가 많다.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 화백회의 도중 난입한 호랑이를 맨손으로 집어던질 정도로 용력이 뛰어난 신라의 김알천, 임진왜란 당시 김덕령 장군 등이 유명하다. 그래도 한국 역사상 최강의 ‘맨손 파이터’는 세종 연간의 장수 ‘이징옥’이 아닐까.  


이징옥이 열네 살 적, 그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멧돼지를 보고 싶다고 하자, 멧돼지를 발로 몰아 집으로 왔다. 호랑이는 취미로 잡아 죽였다. 이징옥은 활을 쏠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 그러면 호랑이는 눈을 감고 머리를 떨어뜨렸다. 먼저 호랑이의 기를 죽이고 한 발로. 거꾸러뜨렸다는 것이다. 


이징옥이 김종서의 뒤를 이어 함경도 절제사 시절 수양대군의 반정이 일어났다. 수양대군은 쿠데타에 성공하고 그를 죽이려고 북방에서 한양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세종의 밀명(널 부를 때는 중대한 일이 있을 때뿐)을 간직한 이징옥은 이를 의심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낸다. 


그리고 군사를 이끌고 반정을 제압하러 갔다. 그는 잠자던 도중 숨어있던 자객 2명에게 급습을 당해 죽었다. 아마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여진 토벌은 계속되어 지금 국경선도 달라졌을 것이다. 


▲ 남이 장군 

■ 죽어서 신이 된 남이 장군

조선 세조 연간 남이 장군 역시 최고의 무인으로 조선 땅을 호령했다. 유달리 설화가 많은 남이 장군은 호랑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1459년(세조5) 무렵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다. 한양 도성에 연이어 호랑이가 들어와 사람과 가축을 많이 해쳤다. 


별명이 ‘큰 호랑이’였던 세조 자신도 직접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실록에는 세조가 직접 호랑이 사냥에 나선 것이 여러 차례 나온다.


세조는 조정 중신들에게 “누가 호랑이를 잡는데 가장 적합하냐?”라고 물었다. 모두들 “선전관 남이가 15세 때에 큰 도적을 잡았고, 말을 잘 타고 용력이 뛰어나다”라고 천거했다. 선전관은 요즘으로 따지면 청와대 무관 정도. 남이는 16세 되던 세조 3년 무과에 수석 합격한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곧 1,000여 명에 달하는 군사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호랑이가 나타난 일대를 포위하고 수색을 하는 한편, 사슴을 풀어 유인하기도 했다. 


드디어 산마루까지 쫓긴 호랑이가 수색조에 발견됐다. 남이는 말을 타고 달려 나가 화살을 쏘았다. 호랑이 뒷다리에 맞았는데 끄떡도 하지 않았다. 다시 백우전이라는 크고 강력한 화살을 재어 옆구리에 맞혔다. 호랑이는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워 남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남이는 말고삐를 돌리면서 세 번째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 꼬리부분까지 관통해 버렸다. 호랑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울부짖는 소리가 온 산을 진동시켰다. 몰이꾼들은 모두 겁에 질려 무서워했다. 마침내 남이가 큰 창을 들고 다가가, 최후 발악을 하는 호랑이를 찔러 죽였다. 


■ 귀신도 무서워 도망치다

호랑이 사냥 이후, 남이는 세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여진족 정벌 때에도 선봉에서 적을 무찔러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이시애의 반란을 제압하고 1등 공신이 되면서 군 사령관에 임명됐다. 27세의 나이에 지금의 국방장관에 올랐다. 


1468년 병조판서가 된 지 12일 만에 세조가 승하하면서 예종이 즉위하자 정쟁에 휘말려 죽었다. 남이가 호랑이를 잡은 전설이 내려오는 서울 성동구 사근동은 지금 한양대학교가 자리 잡은 언덕배기다. 고개에는 남이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는데 이 건물 이름을 ‘백호당’이라고 부른다. 


이곳 말고도 남이 장군의 외롭고 억울한 혼은 이 나라 구석구석 산신당에 내려앉았다. 무속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그의 원혼이 크나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여 신령으로 받들기까지 했다. 그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9명의 충무공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삼국지의 관우는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 군사에 의해 한국에서도 신이 되었다. 중국의 관우말고 대표적인 한국의 장군 중에서 무속에서 신으로 모시는 장군들은 남이 장군과 고려말 최영 장군, 조선 중기 임경업 장군 등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춘천의 유명 관광지, 남이섬. 이곳에는 섬 이름의 유래가 된 남이 장군의 무덤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가짜다. 결기 넘쳤던 그의 진짜 묘는 화성시 제부도 가는 길에 있는데, 문중이 관리한다.


▲ 충남 금산 추부면 서대산 ‘개덕사’ 산신각. 호랑이를 올라 탄 여산신이다. 


글 박승규 논설위원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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