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리즈(7)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은 장금이..

칼럼 > 2022-06-26 01:18:13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은 정령 사실인가? 


<조선왕조실록>에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죽인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속담처럼, 아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은가 보다. 1490년(성종21) 11월에 경주 사람 김소남이 호랑이에게 물려갔으나, 그의 아들 김윤손이 맨손으로 때려잡아 죽지 않았다. 아들의 효행 때문에 평양으로 강제 이주 당할 처지에 놓였던 김소남은 면제되었다.


1703년(숙종 29년) 3월, 합천에 사는 수군 문순천의 형이 호랑이에게 물려갔다. 문순천은 죽음을 무릅쓰고 추격해 호랑이를 쳐 죽여 형을 살리고, 군역(軍役)을 면제받았다. 1711년(숙종37) 1월에는 삼척의 노비 후일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다. 


이때 후일의 처 ‘응옥’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시신을 다시 빼앗았다. 조정에서는 열녀문을 세워주려다가, 그 여자가 재혼한 것을 알고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여자랑 사는 남자도 맞고 살았을지도? 역시 아줌마들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


실록에서 호랑이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는 영조 때로 105건이나 된다. 실제 호랑이 피해도 극심했던 만큼, 특이한 사례도 더러 나온다. 1732년(영조8) 윤 5월, 남원에 사는 백성 우창이 호랑이에게 물렸다. 그의 아들이 호랑이의 두 눈을 찔러 죽여 우창이 살아날 수 있었다. 영조는 이를 가상하게 여겨 부역을 면제하는 특권을 명했다. 


1735년(영조11) 1월에는 성주 사람 하감발의 딸이 어미와 함께 자는데, 호랑이가 그 어미를 물어 죽였다. 딸 수양대가 어미를 끌어안고 고함을 지르니,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를 쫓아버려 다행히 어미의 시체를 잃지 않았다. 또 경주에 사는 군관 박남구는 호랑이가 그 어미를 물어뜯자, 호랑이와 서로 격투해 어미가 죽음을 모면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 시베리아 호랑이 실제 크기 

 

■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사람들


정조 임금 때 남자 ‘장금이’도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 1789년(정조13) 윤 5월 22일 <일성록>에 ‘윤장금(尹長金)’의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날 밤 원주에 사는 장금이네 집에 대호(큰 호랑이)가 침입해 장금의 아버지를 죽여 물고 갔다. 장금이가 따라가 호랑이를 힘껏 쳤다. 호랑이는 장금이의 허리와 옆구리를 물었다. 


이때 옆에 있던 장금의 어머니가 호랑이 귀를 입으로 물어뜯었다. 그러자 호랑이가 어머니를 또 무니, 장금이가 큰 소리를 치면서 맨손으로 호랑이를 쳐서 죽였다. 장금이는 호랑이 간을 쪼개고 피를 마셔 아비의 원수를 갚고, 어미를 업고 돌아왔다. 


또한 같은 해 8월 6일, 안변에 사는 유학자 이종현의 며느리 ‘현씨’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아 남편의 목숨을 구했다. 조정에서는 이 여장부를 표창하고, 마을 입구에 ‘정려문’을 세워줬다. 


한편 1791년(정조15) 그 무렵 동지 사은사 김이소를 따라 북경에 갔던 백수 선비 김정중(金正中)은 짬을 내어 북경의 동물원을 구경했다. 김정중은 실제 호랑이를 보더니, 맨손으로 범을 때려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기록했다.-<기유록(奇遊錄) 1792년 1월 15일> 


그는 또 “북경에는 섣달그믐 저녁부터 정월 대보름 밤까지 폭죽(爆竹)하는 관행이 있어 딱총(紙銃)으로 귀신을 쫓는데, 포(砲) 소리보다 더 큰 웅장한 소리가 아침이 다하고 밤이 새도록 끊이지 않았다”고 제야의 폭죽놀이 풍습을 전했다. 


‘포호빙하’(暴虎馮河). 맨손으로 범에게 덤비고, 걸어서 황하를 건넌다는 말이다. 평소 자신의 힘을 믿고 자만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항상 신중하고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선현의 가르침이다. 인간의 삶에서는 힘보다 지혜가 더욱 중요하다.


진정한 용기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부유함을 무기로 삼고, 권력을 휘두르면 ‘포호빙하’와 다를 것이 없다. 진정한 힘은 주먹이나 창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다져진 내공에서 나오는 힘은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



글 박승규 논설위원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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