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리즈(5) 조선 최고의 ‘보우 마스터’ 신궁(神弓) 이성계..

칼럼 > 2022-04-28 01:56:18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전설적 모험가 휴 글래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미 서부 개척시대 사냥꾼 디카프리오가 회색 곰과 싸우는 장면은 전율적이기까지 하다. 

 

덩치가 큰 곰이나 호랑이는 심장 등을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웬만해선 총 한두 방에 죽지 않는다. 화살은 말할 것도 없다. 가죽이 워낙 두꺼워 잘 박히지 않고, 급소를 맞추기도 어려워 화살 몇 대를 맞고도 끄떡없을 정도다.

 

▲(사진) 나폴레옹엔 백마가 있었다면, 이성계엔 여덟 준마가 있었다


<태조실록>은 이성계를 한 번에 4마리의 곰을 잡거나, 표범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하게 벗어나는 인물로 묘사했다. 정사에 실린 그의 활 실력에 관한 일화들 몇 개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❶ 1372년(공민왕21) 37세 때는 큰 곰 4마리를 모두 화살 한 발씩으로 죽였다. 빙판길이나 비탈길에서 말을 달려 짐승을 쏘아 맞힐 때도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다. 20마리의 담비와 노루 7마리를 잡는데 역시 빗나간 화살이 하나도 없었다고 적었다. 


❷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활 실력은 충격과 공포를 자랑한다. 동녕부의 추장 고안위가 오녀산성에 웅거하면서 항전을 할 때다. 이성계는 편전(애기살)을 이용해 성의 군사들 얼굴에 70발을 쏴 70명 모두 맞췄다. 70연속 헤드샷! 이를 보고 고안위는 기겁해 도망갔다. 


성안의 군사들도 사기가 떨어져 곧 항복했다. 또 이 소문을 듣고, 주위 여러 성들이 연이어 항복했다. 그 수가 무려 1만여 호나 됐다. 본격적인 ‘주몽’의 재림 신화는 계속 이어진다. 


❸ 오녀산성을 점령한 후, 요동성 전투에서 처명이라는 적장을 사로잡기 위해서 나섰다. 한 발은 투구에, 한 발은 허벅지에 맞춘 후 “마지막 한 발은 네놈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라고 하자, 처명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항복한 처명은 이후 이성계 수하에서 활약했다. 고려말 남원 황산대첩 때 왜구 장수 아기발도의 투구를 활로 맞춰 벗겼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 뒤를 이어 이지란이 얼굴에 화살을 맞춰서 쓰러뜨렸다.


❹ 의형제인 이지란을 만났을 때다. 사냥한 사슴을 가지고 다투게 됐다. 그러다가 서로에게 활을 쏘는 대결을 했는데, 이지란의 화살을 모두 피하는 신기를 보였다. 여진족 출신인 이지란은 이성계의 활 솜씨에 감탄하며 의형제가 되기를 자처했다. 여진족과 싸울 때도 여진족들의 화살을 말위에서 모두 피해냈다고 한다. 


그는 백발백중 뛰어난 활솜씨는 물론 활의 힘도 배나 강했다. 화살 하나로 2∼3마리 사슴이나 노루를 죽이는 것은 예사였다. 이러한 사냥 실력이 고려라는 과녁을 정통으로 꿰고 역성혁명을 성공시킨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성계가 수렵을 좋아하자 정도전은 기병을 중심으로 사냥을 병행한 군사훈련 교재 ‘사시수수도’(四時蒐狩圖)을 바치기도 했다. 이성계는 8마리의 명마 ‘팔준마(八駿馬)’를 타고 다니면서 무쌍을 날렸다.


▲(사진) 왕에게 포획한 호랑이를 바치는 모습. 임금이 주재한 사냥을 겸한 군사훈련 강무의 모습을 그린 수렵도이다. 




글 박승규 논설위원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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